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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는 야이로의 청에 응하셔서 그의 집으로 향하고 계셨습니다. 그 와중에 많은 무리의 사람들이 주님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다음 행보가 궁금했을 것입니다. 또 어떤 극적인 일이 주님께서 가시는 곳에서 일어나게 될지,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많은 무리의 사람들이 서로 밀치면서 예수님을 따라 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무리 중에 무려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던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혈루증은 하혈이 멈추지 않는 병입니다. 구약성경에서는 이 유출병을 부정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피를 유출할 경우 7일 동안을 부정한 것으로 여겼는데 이 여인은 유출이 멈추지 않았기에 매일매일 12년 동안 부정한 상태로 여겨지며 고통 당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여인이었습니다.

 

부정한 상태에 있으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부정하여 그가 만지는 물건부터 해서 그가 만나는 사람까지 모두 부정한 것이 되기에 사람과의 접촉이나 만남 자체를 가질 수 없는, 사회에서나 가정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상황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매우 불쌍하고 가련한 여인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녀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신과 영혼까지 모든 것이 무너지고 피폐한 상태에 놓여 있었을 것이란 것을 어렵지 않게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이 여인의 처지를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많은 의사들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당시 의술이라는 것은 거의 주술이나 다름없을 만큼 비과학적이고 비위생적이었으며 비의학적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녀가 이 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리가 만무했을 것이고 심지어 의사들을 통해서 고통만 더 가중되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통이 더해진 것뿐만 아니라 이 여인은 재산도 모두 다 소진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여인의 가정은 아마도 처음에는 부요하지 않았을까 추측이 됩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돈이 없으면 의사를 찾아가 치료를 의뢰할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의사를 찾아다녔다고 했으니 그녀의 집이 그리 어렵지 않았던 형편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의사를 만나 보았어도 그러나 병이 낫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었고 재산마저 모두 다 치료비로 탕진하게 되었고 지금은 극빈 한 처지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녀가 12년 동안 겪었을 육체적, 정신적, 영적인 괴로움과 고통과 수난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녀는 율법이 명한 부정한 여인이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낙인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죄로 인해 하나님의 징계를 받고 있는 여인으로 인식되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용하다는 의사를 모두 만나 보았지만 전혀 상태가 호전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치료를 할 때마다 점차 상태가 호전이 되어야 소망도 생기고 투병을 할 의지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치료를 받을 때마다 절망만 쌓여 가고 있었습니다. 급기야 이제는 더 치료를 이어갈 수 없을 만큼 가진 돈도 모두 떨어져 버린 상황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희망이 사라져 버린 상태로 스스로의 삶을 저주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비참한 처지의 여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절박함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야이로와 이 여인은 이 점에 있어서 매우 닮은 꼴이었습니다. 모든 인간은 사실 절박하고 절실한 처지에 놓여 있는 존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죄를 지어 하나님과 영원히 단절되어 버린 상태에 놓여 있는, 지옥의 영벌이 예비되어 있는 가련한 존재들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살아있으나 죽은 자들과 같은 영원한 형벌이 매우 확실하게 예정되어 있는 자들이 바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의 모습입니다.

 

성경은 죄 아래서의 인간의 실존을 이 같은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병자들의 모습 속에서, 혹은 그들의 죽음의 모습을 통해서, 귀신에 지배를 당하고 있는 광인과 같은 모습에 빗대어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복음서가 우리에게 나타내 보여주고자 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고통 당하는 인간들의 다양한 군상들을 보여주면서 이 모두가 하나님과 단절된 죄 때문이며 그 죄 아래서 인간이 이토록 비참한 처지에 놓여있고 자기 스스로의 노력으로는 결코 자신을 구원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의지와 노력으로 결코 복된 삶으로 나아갈 수 없는 분명한 한계를 가진 아무런 희망 없는 존재임을 성경은 거듭 강조하며 이 사실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런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돈마저 없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렇게 살아가다 죽는 일만 남아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의 그 벼랑 끝에 이 여인은 서 있었던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 모든 인간들은, 모든 자연인들은, 교회 안에 있어도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한 자들은 모두 영적으로 보았을 때 지옥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자들입니다. 아무리 해결해 보려고 발버둥을 쳐 보아도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풀리지 않는 말 못할 저마다의 고통과 괴로움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 인간입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오늘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타락하고 부패한 인간 실존의 이 한계를 결코 알지 못하거나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오늘도 모든 것을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자포자기한 상태로 자기들의 인생을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믿음의 시작은 인간의 이 전적 무능과 타락의 실존에 눈을 뜨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모든 죄인은 간절히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찾게 되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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