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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의 자리에 처음에는 분명히 열두 명의 제자들이 모두 참석하였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에 그중에 한 사람은 예수를 팔기 위해 그가 계획한 일을 결행하며 무리에서 이탈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열둘 중에 또 한 명은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두려움에 질식된 채 모두 도망을 치게 됩니다. 그렇게 주님과 함께 만찬에 참여했던 제자들은 모두 다 예수를 버리고 뿔뿔이 흩어져 버리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될 일들을 모두 아시면서도 주님은 이제 마지막으로 제자들과 함께 하시며 주의 죽으심의 의미를 그들에게 분명하게 각인하고 계셨습니다. 성령이 임할 때 그들이 이 모든 의미를 그제야 분명하게 깨닫게 될 것임을 내다보시면서 주님은 제자들을 위한 마지막 사역에 집중하신 것입니다.

 

모든 진리를 단번에 다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여러분이 들은 말씀이 일 년 뒤에 혹은 십 년 뒤에 기억이 나고 깨닫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지나갈 때, 우리에게 가장 두려운 위기가 닥쳤을 때, 그때를 위해 오늘도 우리는 이 진리를 듣고 있는 것입니다. 다 알 수 없더라도 귀를 기울여 이 말씀을 우리의 마음에 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들은 모두 식탁 앞에 기대어 반쯤 누운 채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님께서는 이 마지막 만찬의 자리에서 뜻밖의 놀라운 말씀을 하시게 됩니다. 그것은 너희 중에 한 사람, 곧 나와 함께 먹는 자가 나를 팔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제자들은 주님께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일은 시편 42 9절의 성취임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나의 신뢰하는 바 내 빵을 먹던 나의 가까운 친구도 나를 대적하여 그 발꿈치를 들었나이다유대 사회에서는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가족과 다름없는 매우 친밀한 관계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함께 식사를 하던 자가 배신을 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 일이 일어난다면 이것은 매우 극악한 일로 여겼습니다. 다른 사이도 아닌 스승과 제자 사이에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이 말씀을 가벼운 농담처럼 하신 것이 아니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라고 하시면서 매우 진지하게 주님께서 자신이 제자들 중 한 사람으로부터 배신 당하실 것과 죽임을 당하게 될 일을 분명히 인식하신 가운데 이 말씀을 제자들에게 하고 계셨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을 팔아 넘겨줄 배신자와 주님은 3년이나 동고동락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고 주님께서 이 진리를 그렇게 몸소 실천하시는 삶을 사셨습니다. 주님은 가룟 유다를 3년이나 품으셨습니다. 그가 결국 어떤 악한 짓을 행할 것인지를 다 아시면서도 주님은 그를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자기의 곁에 두셨고 동일하게 사랑해 주셨습니다. 사랑하되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우리에게는 그 일이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여쭈어보겠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살 수 있습니까 그렇게 하고도 어떤 깊은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습니까.. 아무런 신뢰와 기대가 없는데 왜 결혼을 합니까.. 왜 오랜 세월 우정을 쌓은 벗이 됩니까.. 함께 모든 일들을 도모하며 의논하며 협력합니까.. 우리는 모두 기대하기 마련이고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거나 혹 더 나아가 배신으로 돌아오게 되면 견디기 힘든 슬픔과 분노를 느끼며 깊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주님이셨지만 인성을 가지신 주님께서 십자가 앞으로 나아가시면서 그분이 감당하셔야 할 여러 가지 고통스러운 감정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배신을 한 것은 유다뿐만 아니었습니다. 베드로도, 그리고 다른 제자들도 배신의 모양이 다를 뿐 모두 스승을 버리고 도망한 자들이었습니다.

 

주님은 그렇게 철저하게 아무도 주님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 고독 속에서 홀로 십자가를 지셔야 했습니다. 모든 고난과 멸시와 조롱을 그 한 몸으로 감당하셔야 했습니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상처 가운데 가장 고통스러운 배신을 경험하시면서도 주님은 분노에 치를 떠시거나 그런 제자들을 미워하시거나 증오하고 저주하지 않으셨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우리를 지으신 주님은 잘 아시는 분이십니다. 주님께서는 가장 극심한 마음의 고통과 아픔과 괴로움을 당하시면서도 그 모든 것을 능히 감당하실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없는 지극하신 우리를 향하신 사랑이 주님께는 있으셨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인내하시며 제자들을, 그리고 오늘의 우리들을 기다려 주실 수 있는 것입니다.

 

미움이 사랑을 능가할 때 미움으로 인한 고통까지 품고 인내하며 용납하고 받아줄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의 그 사랑을 우리가 닮기를 기도하십시오. 미움을 능가하는 사랑의 마음을 우리에게도 부어 주시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그것이 주님을 진정으로 닮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그 사랑이 우리에게도 부어지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바로 예수를 배신했던 자요 우리도 때때로 여전히 하나님을 배반하고 그 계명과 법을 어기며 크고 작은 배신을 하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깊이 자각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매번 주님을 배신하면서도 하나님의 법을 어기고 하나님의 면전에서 죄를 범하면서도 우리에게 악을 행하고 우리를 배신한 자들에 대해서 이를 갈고 분노와 증오를 품는 것이 과연 그 사랑을 받은 자들로서 합당한 것인지를 마음으로부터 깊이 깨닫는 은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도 주님처럼 한 인생을 지나가는 동안 이 배신의 아픔과 사람에 대한 서운함의 감정을 치유하며 사랑과 관용의 마음으로 주님을 닮아 가는 자들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유다만 배신자가 아니었습니다. 베드로만 배신자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또한 배신자였고 지금도 우리의 믿음의 연약함으로 인해 때때로 하나님과 하나님의 법을 배반하는 죄를 범하고 있는 자임을 잊지 마십시오. 나를 배신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악이요 내가 주님을 배반하는 것은 나의 연약함이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 생각하십니까.. 그것이 바로 여전히 우리가 우리 자신을 지독하게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기 합리화입니다. 주님을 바라보십시오. 유다의 모습 속에, 베드로와 제자들의 모습 속에 여전히 오늘의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래야 우리는 겸손할 수 있고 모든 사람에 대한 상처와 아픔과 실망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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