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5 22:16
베드로는 지금 대제사장의 관저 안뜰에 거하고 있었습니다. ‘비자’는 ‘어린 계집종’을 가리킵니다. 요한복음 18장에서는 이 계집종은 대제사장의 집의 문지기 소녀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의 기록에 따르면 베드로는 처음에는 대제사장의 집, 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베드로가 첫 번째로 예수님을 부인하게 된 것은 그가 요한의 도움을 받아 대제사장의 집 안으로 들어서고 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문지기를 하고 있던 어린 여종에게 발각됨으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요한을 통해서 대제사장의 집 문안으로 들어간 베드로를 유심히 지켜보던 문지기 어린 여종이 베드로를 알아보고 첫 번째로 너도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던 자라고 베드로를 지목하게 된 것입니다.
‘주목하여’라는 단어는 찬찬히 뜯어보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그 여린 여종은 주의 깊게 베드로를 관찰하다가 그가 갈릴리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즉시 ‘너도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도다’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하게 된 것입니다. 어린 여자 종에게 자신의 신분이 탄로 난 베드로를 보십시오. 왜 어린 계집종에게 제일 먼저 그의 정체가 탄로나게 된 것일까요.. 하나님께서는 이 어린 계집 종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수제자 베드로를 수치스럽게 만들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어린 여자아이의 말에도 펄쩍 뛰면서 극구 이를 부인하는 베드로의 모습을 보십시오. 얼마나 굴욕적입니까..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님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그 베드로는 지금 어린 여종에게 수모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즉시 부인했습니다. 그는 나는 네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깨닫지도 못하겠다고 대답합니다. 네가 도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고 딱 잡아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자기에게 닥친 위기 앞에서 그렇게 자기의 스승을 단번에 부인하고 있었습니다. ‘부인하다’라고 번역한 원문의 의미는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이탈하여 불신앙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부인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관계의 단절을 뜻하는 것입니다. 즉 ‘배도’를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베드로는 이 한마디의 말로 메시야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됨을 포기한 것입니다.
비겁한 베드로는 이 계집종을 피해서 앞뜰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이때 첫 번째 닭 울음소리를 듣게 됩니다. 작은 여종의 말에도 겁을 집어먹고 예수를 부인하고 있는 베드로를 보십시오. 그는 첫 번째 닭 울음소리를 듣고도 주님의 예언을 상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금 자신에게 닥친 위기에만 몰입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베드로가 지혜로운 사람 같으면 첫 번째 자신의 신분이 탄로 났을 때 그 자리를 떠났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쩌자고 베드로는 대제사장의 집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곳에 계속 머물러 있었던 것일까요.. 이 모든 일들 가운데 역사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섭리 때문이었음을 우리는 깨닫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