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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설교 한 토막 411 (요 21:3-12)

2023.10.10 08:11

hc 조회 수:261

<묵상, 설교 한 토막>

 

갈릴리에서 주님을 간절히 기다리며 깨어 기도하고 있어야 할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갈릴리에 있던 제자들 중에 어느 누구도 그 같은 마음으로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었던 자들은 없었습니다.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던 베드로는 그리스도의 수제자 라는 수식이 부끄러운 만큼 그는 벌떡 일어나 나는 고기나 잡으러 가야겠다라고 한마디 내 뱉고는 자신이 그리스도의 제자였다는 사실을 망각해 버리고 다시 고기 잡는 어부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리고 맙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면, 십자가의 복음과 그 진리가 영혼 가운데 선명하게 각인되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눈 앞에 상황과 환경에 굴복하기 마련입니다. 보여지지 않고 믿겨지지 않은 예수를 버리고 결국 현실을 붙들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의 제자들은 불과 며칠 전에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높이 달려 죽임을 당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언제나 주께서 말씀하신 바대로 죄인들을 위해서 죄 없으신 하나님의 아들께서 그렇게 자기를 버리셨고 주의 모든 말씀들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을 그들은 분명히 보았고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제자들은 이 모든 사실을 믿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살아 계실 때 그들에게 누차 하신 말씀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의 그 수난과 죽으심의 사건이 부활로 이어지게 되고 이제 그 복음이 온 천하에 증거되며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될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을 그들은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성도 여러분, 이것이 복음을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십자가를 피상적으로 밖에 경험하지 못한 사람의 모습입니다. 수없이 교회를 다녀도 주님을 깊이 만나지 못하면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자기의 정체를 망각하게 되고 머리 속이 하얗게 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결국 믿음의 선택과 결정이 아닌 언제나 내가 생각해 왔던 방식으로 다시 되돌아가 버리고 마는 일들을 자행하게 됩니다.

 

아직 그들은 진정한 그리스도의 제자가 아니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베드로와 몇몇의 제자들은 그들에게 매우 익숙한 그 일을 다시 시작합니다. 그들은 배에 올랐고 밤새도록 그물을 내렸습니다. 분명 그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그 일을 하고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매우 혼란스러웠을 것이고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 불안했을 것입니다. 단지 모든 생각을 떨치기 위해서 그들은 간절히 기도를 한 것이 아니고 제자가 되기 전 늘상 해 왔던 그 일에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견고하지 못하다면 그 수많은 말씀도 소용이 없습니다. 다시 세상으로, 다시 내가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그 일로, 그 자리로, 다시 그 모습으로 되돌아가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 타락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베드로는 비롯해서 제자들이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미리 다 알고 계셨던 부활하신 주님께서 그들에게 다가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빈 배로 돌아온 그들을 바닷가에서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언제나 우리를 고치시기 위해 찾아오시는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을 찾을 힘조차 없을 때, 마침내 우리에게 다시 찾아오시는 주님을 기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