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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설교 한 토막 391 (히 12:18-24)

2023.09.11 08:19

hc 조회 수:629

<묵상, 설교 한 토막>

 

지엄한 율법과 은혜의 복음을 대조해서 설명할 목적으로 기록된 이 구절 속에서 율법은 엄중하고 두려운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시내산이라고 하는 역사적인 장소에서 일어났던 한 사건을 재조명하고 있는데 십계명을 수여하시기 위해서 시내산에 현현하셨던 하나님에 대한 두렵고 위엄찬 묘사를 통해 더욱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현현을 묘사하고 있는 말씀을 보십시오. 시각적으로 그리고 청각적으로 분명히 인지할 수 있는 불붙는 산과 그리고 흑운, 흑암, 폭풍, 나팔소리, 그리고 말하는 음성 등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시내산에 강림하신 하나님의 현현은 실재 장소에 임하신 것으로, 하나님의 현현에서 보여지는 이 같은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두려운 현상들은 하나님 앞에는 감히 그 어떤 피조물도 다가갈 수 없는 거룩과 영광으로 둘러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구약에서의 하나님은 이처럼 감히 죄인들이 다가갈 수 없는 하나님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성막의 지성소 역시 아론 계열의 대제사장 외에는 그 누구도 들어 갈 수 있는 거룩한 곳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감히 죄인들은 설 수 없는 그곳이 하나님 앞이라는 사실을 구약은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시내산에서의 일곱 가지 징조들은 모두 하나님 앞에 감히 나아갈 수 없는 하나님께서 가지고 계신 영광과 거룩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보여지고 들려지는 이 같은 두려운 현상들 앞에서 인간은 결코 그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다만 두려워 떨며 그 아래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존재일 뿐임을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산 정상이 활활 불에 타는 모습과 그 뒤로 흑암과 흑운에 둘러 쌓여 있는 시내산의 모습을 보십시오. 그리고 하늘이 떠나갈 것 같은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 가운데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보고 듣게 된다면 그 누구도 그 앞에서 오금이 저리지 않을 자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현현입니다.

 

십계명을 수여하시던 시내산에서 자신을 드러내신 하나님은 그 두려운 형상과 징조를 통해서 말씀하십니다. 죄인들은 결코 내 앞에 설 수 없고 내 앞에 나아올 수조차도 없다. 이 진리를 분명하게 드러내신 것입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만나 보고 싶어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하나님을 보기 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뵈옵는 것은 죄인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누구도 하나님을 보고서 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그 거룩하신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어리석은 인간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오직 은혜로 말미암은 구원을 거부하고 인간의 행위와 노력이 포함된 구원을 믿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도 인간이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고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을 행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무의미한 일에 불과할 뿐입니다.

 

사람들은 참 어리석은 생각과 말을 합니다. 하나님을 꿈속에서 봤다느니, 만났다느니 음성을 들었다느니.. 하는 체험들을 자랑처럼 말합니다. 하나님을 본다는 것은 그렇게 낭만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신비적이고 몽환적인 체험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누구든 하나님을 뵈옵는 즉시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죄인은 결코 하나님 앞에 설 수 없고 그 앞에 나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지만 하나님의 법을 사랑하며 그 공의와 사랑과 인자와 긍휼을 사랑하는 자에게 사랑의 하나님이십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율법의 두려움 앞에서 완전히 엎드려 율법 아래서의 인간의 그 실존에 대해 한없이 두려움과 수치를 느끼며 감히 고개를 들 수 없는, 죄로 인한 죄책감에 깊이 마음이 상하게 된 자를 사랑하십니다. 율법 앞에서, 그렇게 힘없이 떨구어진 죄인들의 고개를 다시 들게 하시며 그런 가난한 심령을 가진 자를 구원하시고 아들을 통해 놀라운 구속의 은혜를 베푸시는 아버지이십니다.

 

복음의 시작은 믿음의 시작은, 구원의 시작은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입니다. 성도 여러분, 기독교를 오해하지 마십시오. ‘복음은 이것이다. 하나님은 이러한 분이시다.’ 라고 쉽게 단정하지 마십시오. 성경이 어떻게 하나님을, 그리고 어떤 순서로 복음을 소개하고 있는 지를 주목하십시오. 왜 성경이 구약과 신약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왜 하나님을 가장 먼저 말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다음으로 하나님의 아들에 대해서 말씀하며 그 다음으로 성령에 관해서 말씀하고 있는지,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은 먼저 하나님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기 전에 두렵고 떨리는 죄인들이 감히 그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거룩하신 하나님이심을 성경은 힘주어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