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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설교 한 토막 412 (요 21:3-12)

2023.10.11 08:13

hc 조회 수:1757

<묵상, 설교 한 토막>

 

예수님께서 갈릴리에 먼저 와 계실 것이란 말씀을 전혀 기억지 못하고 있던 그들은 당연히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주님께서는 제자의 자리를 이탈한 그들을 보자마자 호통을 치시고 꾸짖는 대신 온유하신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제자들은 힘없는 목소리로없나이다라고 간략히 대답했습니다. 그리스도를 아직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어 주님께서는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얻으리라그들은 즉시 배 오른 편에 그물을 던졌고 그물에 잡힌 고기가 너무 많아 그물을 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주께서는 자신의 존재, 그리고 주 앞에 있는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 그들이 다시 눈뜨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극적인 장면을 준비하셨습니다. 처음 베드로에게 찾아오시던 바로 그 장면이었습니다. 이 익숙한 장면 속에서 한 제자가 소스라치듯 놀라며 바로 그분이 주님이신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제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 마디는주시라였습니다. 수년 전 그렇게 베드로에게 찾아오신 주님께서 부활하신 이후에 분명히 제자들에게 일러 주신 대로 갈릴리에 오셨고 이렇게 그들 앞에 나타나셨으며 그들을 맞이하고 계셨습니다. 그들은 주의 말씀을 잊었어도 주님은 그들을, 그 어리석은 제자들을 잊지 않고 계셨습니다.

 

잠시 주를 잊고 계셨습니까.. 주께서 결코 우리를 잊지 않으며 우리에게 다시 찾아와 주십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스도께서는 결코 당신을 버리지 않으십니다. 정신없이 살아가면서 믿음도 퇴보하고 사랑도 식어지고 십자가의 그 구원의 은혜와 감격도 소멸될 무렵 우리의 모습은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렇게 우리에게도 무너져 버린 시간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이건 아닌데, 이렇게 살아가는 것은 결코 주께서 원하시는, 내가 그토록 바라던 바가 아닌데..’ 하는 양심의 소리가 계속 들려오지만 믿음은 흔들리고 있고 현실과 미래는 불투명하며 불안하기 이를 데 없어 결국 의심하고 방황할 수밖에 없는 시간들이 우리들에게도 분명히 다가올 때가 있을 것입니다. 가사의 일에 매달리고 자녀들 뒷바라지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 없고 회사에서 맡겨진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심적인 부담으로 기도를 해야 하고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가끔 머리를 스쳐 지나가지만 전혀 거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또 하루가 저버리고 그렇게 양심의 깊은 가책 속에서 눈을 감고 눈을 뜰 수밖에 없는 현실에 내 몰리게 되는 상황이 우리들에게도 분명히 찾아 올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지금이 그런 힘든 시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생이 그러함을, 그렇게 약하고 쉬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기조차 힘겨워하고 어려워하는 그가 바로 우리라는 것을 오늘도 주께서는 잘 아십니다. 그래서 주님은 우리가 지쳐 쓰러지고 다시 우리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곳에서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 분 이십니다. 내가 쓰러지게 될 바로 그 지점에, 깊은 한숨 속에서 초점 없는 눈동자로 절망하고 괴로워하며 무기력하게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그 마음속에 주님은 오늘도 찾아오시는 우리의 구주이십니다.

 

제자들은 그물을 끌고 육지로 올라오게 됩니다. 그들의 눈 앞에서는 숯불이 피워져 있고 생선이 놓여 있었습니다. 분명 그들이 지금 잡은 생선은 아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금 잡은 생선을 좀 가져오라너희가 밤새도록 아무것도 잡지 못했지만 내가 너희에게 찾아와서 배 오른 편에 그물을 던지라고 명했을 때 그물이 가득 차도록 잡혔던 그 생선을 가져오라고 주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합니다. 이 말씀 속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나를 잊고 나의 모든 말을 다 잊어버리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너희가 누구인지를 망각했을 때 너희는 다시 빈 배였다. 그러나 3년 동안 너희에게 복음을 전하고 가르쳤던 내가 다시 너희에게 명했고 너희가 순종했을 때 보아라 그 과거의 어느 한 시점의 그때처럼 다시 동일한 기적이 일어남을 너희가 똑똑히 보지 않았느냐.. 너희는 어부가 아니라 이미 사람을 낚는 어부, 나의 제자이며 사도의 신분을 가진 자들이다. 너희가 왜 지금 이곳에서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삶의 의미도 사명도 다 잃어버린 채 주저앉아있는 것이냐..’

 

주께서는 이런 의미를 담아 말씀하신 것입니다. 베드로는 배에 올라 그물을 육지에 끌어 올리고 잡힌 물고기를 세어보니 153마리가 되었고 작은 배와 그물로 이같이 많은 물고기를 잡은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차고 넘치도록 이제 이 복음을 통해서 주께서 그들을 세워 행하심으로 나타내실 위대한 구령의 역사가 이렇게 강력하며 창대하며 풍성할 것을 보이시면서 주께서는 제자들을 다시 굳게 세우기 시작하셨습니다. 아직도 주님은 그들은 어떤 말로도 꾸짖거나 책망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제 주님은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와서 조반을 먹으라주께서 친히 준비하신 이것을 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이 친밀한 특권이 여전히 그들에게 존재하며 그들은 여전히 주님께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있는 제자라는 사실을 주님은 이 한 마디 말씀 안에 모두 담아 제자들에게 전하고 계셨던 것입니다.